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

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old post 2008. 9. 19. 16:58


항상 느끼는 거지만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난다는 건 상대적으로 축복이다. 이제 겨우 30여년 살아본 내가 뭘 안다고 지껄이겠냐만은 최근 더 크게 느낀다. 어머니라는 짐, 아내라는 짐을 짊어지고 사는 여자분들께 죄를 짖는 거고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. 특히 나같이 위로 누나 한 명 있고 어린 시절(지금도 그렇게 늙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..^^) 엄마한테 싸가지 없게 틱틱거렸던 하나 밖에 없는(내가 그런게 아니고 우리 어머니가 항상 말하는 거에요..^^;;) 아들은 더욱 그래야 된다고...
최근 너무 빨리 읽어서 맛있는 음식을 맛도 못보고 먹어버린 듯 아쉬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이 더 깊이 와닿았어요.
두 권도 다른 분들이 추천해서 질러버린 책인데 장르도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제가 받은 메시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.

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
카테고리 시/에세이/기행
지은이 목수정 (레디앙, 2008년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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추석 연휴 전날 금요일부터 읽기 사작해서 연휴 마지막날 월요일 새벽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. 읽는데 소요된 시간은 4~5시간 만에 다 읽은 것 같다. 고향 내려가는 밤 기차 안에서 반 정도 읽고 부산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마다 붙잡고 너무 내용이 좋다고 사서 읽으라고 설파하며 다니고 ㅋㅋ 설로 올라와서 지하철 첫차 뜰 때까지 버스 터미널에 쭈그리고 앉아서까지 읽었더니 3일만에 다 읽었다.

내용은 30살이 되면서 대한민국을 떠나 프랑스에 정착하면서 프랑스 사람과 문화와 생각들을 이야기한다.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희완이라는 아이의 아빠, 지금의 남편(물론 대한민국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동거인에 불과하겠지만)을 만난 얘기들을 한다. 음..내용 정리는 필그레이 님이 포스팅한 글에 워낙 잘되어 있어서 그쪽으로 쓩~.ㅋㅋ
책을 덮은지 3~4일만에 그 책에 담긴 생각이며 느낌을 얘기하려니(더군다나 책이 옆에 없는 상황에서.ㅜㅜ) 조금 힘들다.
기억에 남는 생각나는대로  쓰자면
눈치 안보는 육아휴직,
대한민국은 껍데기만 있는 출산장려 정책(이 부분은 Daisy님 블로그로 슝~ㅋㅋ) 대한 민국에서 일하는 일과 육아라는 두 개의 짐을 짊어진...그냥 저는 고개만 숙입니다.
프랑스의 국경없는 복지정책(사회,문화 등등..)
가부장적 제도와 그 속에 있는 사람들, 어머니, 아버지, 아들, 그리고 장녀, 어정쩡한 중간..

그리고 현실을 뛰쳐나가서 진정한 나를 만나라..

프랑스 남자, 한국 남자, 한국 부모, 프랑스 부모 등등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다...

책 내용 중에 가장 감명 받은 건 목수정씨가 출산을 하던 과정을 글로 쓴 부분이다...

내가 겪을 수 없는 부분, 내가 느낄 수 없는 고통, 나를 있게 해준 과정 그 모든게 느껴지는 부분이다..

엄마를, 아내를 여신으로 모시라는 부분..가장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인 것 같다..

잠시 삼천포

울 엄마는 외가에서 딸 중에서는 둘째고 밑으로 남동생이 둘 있고 오빠가 있다. 물론 그 외 이모들도 있다.
이 두 권의 책을 읽다보면 자꾸 엄마가 생각난다. 딸 많은 집안에서 그 중에서 둘째 혹은 중간..
그리고 그런 누나들을 두고 있는 막내 남동생 그리고 집안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는 장남 혹은 큰 아들..

엄마 얘기를 가끔 듣다보면

울 엄마는 억척같다.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새벽에 도시락을 4개를 싸셨다. 누나꺼 두 개 내꺼 두개. 요즘 내가 출근할 때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다 보니 그 때의 엄마가 철인처럼 느껴진다.
난 있는 밑반찬 두개를 싸서 가는데도 귀찮아서 빼먹는 날도 있는데 그 때의 내 도시락 반찬은 항상 단백질 덩어리였다. 게다가 여름이건 겨울이건 국이 있었다. 아무리 생각해도 난 엄청난  아들 사랑을 받은 놈이다...

대한민국 원주민
카테고리 만화
지은이 최규석 (창비, 2008년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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== 대한민국 원주민 ==
이 책은 지아님 이 아마 소개해줬던 걸로 기억한다. 근데 오늘 아침에 블로그에서 읽었나 싶어 찾아봤는데 안보인다..컴키드님인가..아..이 놈의 기억력..ㅜㅜ 어째든 소개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..꾸벅..

울 부모님의 얘기를 그림으로 보는 듯 하다.. 경상도 남해 쪽의 구수한 사투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나에게는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본 듯하다..
출근 시간 딱 한 시간만에 첫 장부터 끝까지 휘리릭 읽어버리고 못내 아쉬워서 또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다...
내가 있게 해준 분들..나를 사랑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다..



자꾸 자꾸 리뷰를 미루게 되서...앞뒤 말도 안맞는 것 같고...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잘 녹아져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아쉽지만...그래도 공개..^^;
Posted by 꼬니80

해 떨어지면 글 쓰지 말자..

해 떨어지면 글 쓰지 말자.. old post 2008. 9. 17. 21:50

다리 위를 걷고 있다.

아주 낡은 다리를 걷고 있다.

한 걸음 내딪을 때마다 나무가 갈라지는 삐그덕 소리가 들린다.

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.

머뭇머뭇 거리는 사이에 매서운 바람이 내 몸을 스쳐지나간다. 겨우 겨우 중심을 잡고 있다.

다음 한걸음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온다. 그래도 걷는다.

분명 햇빛이 내려쬐던 날씨였다. 어둠이 온세상을 집어 삼키고 내 몸뚱아리마저 잡아먹으려 노려본다.

또 한 걸음 내딛다 주저한다.

서리가 내린 듯 하얗게 질려 있다. 그래도 뒤돌아 보지 않는다. 돌아선다 해도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.


기다린다. 아무도 오지 않을 걸 알면서 기다린다.

Posted by 꼬니80

꼬니의 2008-09-14 마가린 모임입니다.

꼬니의 2008-09-14 마가린 모임입니다. old post 2008. 9. 14. 03:01
  • Yolango english video 동영상으로 영어 공부 할 수 있는 곳... 단어를 클릭하면 사전까지...구웃~~
Posted by 꼬니8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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