다리 위를 걷고 있다.
아주 낡은 다리를 걷고 있다.
한 걸음 내딪을 때마다 나무가 갈라지는 삐그덕 소리가 들린다.
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.
머뭇머뭇 거리는 사이에 매서운 바람이 내 몸을 스쳐지나간다. 겨우 겨우 중심을 잡고 있다.
다음 한걸음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온다. 그래도 걷는다.
분명 햇빛이 내려쬐던 날씨였다. 어둠이 온세상을 집어 삼키고 내 몸뚱아리마저 잡아먹으려 노려본다.
또 한 걸음 내딛다 주저한다.
서리가 내린 듯 하얗게 질려 있다. 그래도 뒤돌아 보지 않는다. 돌아선다 해도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.
기다린다. 아무도 오지 않을 걸 알면서 기다린다.